초여름 오전 호남선 열차를 타고

창밖으로 마흔두 개의 초록을 만난다.

둥근 초록, 단단한 초록, 퍼져 있는 초록 사이,

얼굴 작은 초록, 초록 아닌 것 같은  초록,

머리 헹구는 초록과 껴안은 초록이 두루 엉겨

왁자한 햇살의 장터가 축제로 이어지고

젊은 초록은 늙은 초록을 부축하며 나온다.

그리운 내 강산에서 온 힘을 모아 통정하는

햇살 아래 모든 몸이 전혀 부끄럽지 않다.

물 마시고도 다스려지지 않는 목마름까지

초록으로 색을 보인다. 흥청거리는 더위.



열차가 어느 역에서 잠시 머무는 사이

바깥이 궁금한 양파가 흙을 헤치고 나와

갈색 머리를 반 이상 지상에 올려놓고

다디단 초록의 색깔을 취하도록 마시고 있다.

정신나간 양파는 제가 꽃인 줄 아는 모양이지.

이번 주일을 골라 친척이 될 수밖에 없었던

마흔 두 개의 사연이 시끄러운 합창이 된다.

무겁기만 한 내 혼도 잠시 내려놓는다.

한참 부풀어오른 땅이 눈이 부셔 옷을 벗는다.

정읍까지는 몇 정거장이나 더 남은 것일까
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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